FASHION

Barker Burford

오랜만의 구두 구매

발이 큰 사람은 신발 하나 사려고 하면 언제나 피곤하다.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동양계 나라에서는 다 힘들 것이다. 운동화는 295~300mm, 구두는 UK 10~10.5, EU 44. 구두 뿐만이랴. 몸이 크면 셔츠나 자켓 뭐 하나 편한게 없다. 자켓은 이탈리아 사이즈 54, 유럽 44 정도. 셔츠는 L 혹은 16.5/34 정도 입는다. 전부 한국 브랜드에서는 나오지도 않는 사이즈들이다. 덕분에 본의가 아니지만 해외 제품을 구매할 수 밖에 없다.  운동화 같은 건 디자인이나 가격보다 사이즈가 있냐가 더 중요하다. 항상 매장에 들어가서 사이즈 어디까지 나오냐고 물어보는건, 좀 슬픈 일이다.

특히 구두는, 금강 제화를 비롯한 국내 업체는 질이나 가격을 떠나서 사이즈 자체가 나오지 않으니 유럽 제품을 많이 신고 있다. 이번에 갑자기, 단정한 구두가 필요하게 되어서 검은색 스트레이트 토의 옥스퍼드를 구매하게 되었다. 원래 검은색 제품은 좋아하지 않는데, 장례식 용으로 두었던 탠디 제품이 하나 있긴 했다. 정말 하나도 모르던 시절에, 조금 신으면 늘어나서 맞는다는 점원에 말에 급한 마음에 넘어가 구매한 녀석이다. 시멘티드 제법에, 가죽도 그저 그런데다가 정말 의미를 알 수 없는 펀치홀 장식, 게다가 심지어 에나멜이라도 발랐는지 불광이다. 사이즈는 280mm. 길이도 볼도 발등도 맞는게 없다. 착화감이라는 사치스러운 말도 필요없다. 저걸 신고 하루 종일, 그것도 주로 서있어야 한다면 그건 발에 대한 고문이다.

Shoe

운동화 보다 구두를 더 좋아한다. 잘 만든 구두를 보고 있으면 기분도 좋아진다. 어짜피 해외에서 사야 되는 거 무엇을 살까 고민이 많았다. 정말 단순한 스트레이트 토의 옥스퍼드라도, 브랜드도 다양하고, 그 안에서도 라스트 마다 모델이 나뉜다. 내 발은 등이 높고, 볼이 넓은, 게다가 크기까지 하다. 신발 사기 정말 좋지 않다.

조건은 간단하다. 발볼이 넓게 나온 최대한 발등이 높아 보이는, 그러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그런 모델을 원했다. 기왕 사는거 그래도 어느정도 질이 좋으면 좋겠다. 예산이 된다면Church’s나 Crockett & Johns 같은 고급 브랜드를 사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너무 비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최근에 파운드화가 저렴해졌고, 한-EU FTA 협정 덕분에, 유럽산 구두는 관세가 면제된다는 점이다. Pediwear.co.uk, Herringshoes.co.uk에 들어가 보았다. 검색 조건은 Oxford, UK 10.5, Black, G. 기왕이면 러버솔이 좋다. 레더솔은 자신이 없다. 고무도 쉽게 갈아먹어서 문제인 사람이다.

Pediwear는 검색 엔진이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검색되지 않아, Herring Shoes를 먼저 둘러 보았다. 보이는 브랜드는 Herring, Loake, Barker, Cheany, Alfred Sargent, Church’s 정도이다. 뭐 아마 있는 모든 브랜드에서 기본 검은색 옥스포드는 나온다. Church’s는 너무 비싸다. 400파운드가 넘어가는 가격은, 내 기준으론 미쳤다고 밖에 안 보인다. 그만큼 질이 좋다고는 하지만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Cheany나 Alfrd Sargent는 300파운드 대 정도였다. 여전히 비싸다. 그나마 저렴하다 싶은 브랜드가 Barker와 Loake. 이 중 Loake는 국내 배송을 어느 사이트든 Loake Korea에서 막아놨다. Pediwear에서 210파운드, VAT 제외하고 187파운드에 판매하고 있는 Loake Aldwych가 국내 정가로 42만 8천원, 현재 ssg.com에서 37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환율이 많이 떨어진 영향도 있겠지만, 직접 영국에서 구매하는게 많이 저렴한게 사실이다.

결국 남은 브랜드는 Barker 였다. Pediwear에서 취급하는 브랜드들 중에서도 좋은 브랜드는 많지만 200파운드대 가격이 나오는건 Barker나 Loake정도였다. Barker의 구두는 하나 갖고 있고, 가족들이 갖고 있는 것도 몇 켤래 있기 때문에, 브랜드 자체도 익숙하고, 마감도 그 정도면 됬다고 생각했다. Barker 안에서도 급이 많지만, Professional Collection로 보기로 했다. 아버지가 갖고 있는 싱글 몽크 구두가 Professional Collection인데,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질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굳이 돈을 더 주고 Anniversary나 Handcraft로 갈 필요성을 못 느꼈다. 예산을 넘어간다면, 차라리 Church’s를 사고 말지 Barker를 살꺼 같지도 않다. 문제는 Barker에서 나오는 옥스퍼드 중 어떤 제품을 고르냐로 좁혀졌다.

어떤 Last?

라스트라는건 구두를 만들 때 쓰는 나무로 만든 구두골 비슷한 녀석이다. 즉 어떤 라스트로 만든 구두냐는 것은 어떤 발 모양에 맞춰 만든 구두냐와 같은 의미가 된다. 칼발에 어느 신발이나 잘 맞는 사람이라면, 구두의 모양만 보면 되지만, 나와 같은 사람은 모양 이전에 일단 발이 잘 ‘들어가야’ 한다. 현재 Barker Professional Collection에 나오는 장식이 없는 검은색 스트레이트 팁 옥스퍼드는 Nevis(Shape 386), Trent (Shape 431), Burford와 Duxford (Shape 469)의 4종이었다. Arnold도 있지만, 광을 낸 모델은 싫어하므로 제외했다. Burford는 토캡에 살짝 펀칭 장식이 있지만, 이 정도는 허용범위로 보았다. Burford를 제외한 3종류는 레더솔이고, Burford는 Dainite 솔이다. 이 점에서가장 마음이 가는건 당연 Dainite Sole의Burford 였다.

Barker Nevis

Barker Trent

Barker Burford

Images from barker-shoes.co.uk.

남자 구두, 다 비슷하게 생겼고, 같은 스타일이면 유심히 보지 않는 이상 다 비슷하게 생겼다. 아마 이 셋을 놓고 봐도 구별이 안 갈 것이다. 그래서Barker 공식 홈페이지에서 측면사진과 Herring Shoe에서 바닥 사진을 놓고 비교해 가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신어 보면 가장 좋은데 구두 사자고 안타깝지만 영국행 항공권을 끊을 수는 없다. 바닥만 놓고 보기에 다 같은 G Fitting이라 해도 Nevis는 셋 중에서 좀 샤프한 느낌이었다. 편한걸로는 Barker Flex 라인업의 Trent도 편해보이지만, 팁이 거의 스퀘어 팁에 가까워서 취향이 아니다. 측면을 놓고 보아도 가장 발등이 높게 나온 것 처럼 보이는 것은 Burford 였다. 게다가 강인한 Dainite 창 아닌가. 이틀 동안 고민하고 결국 구매하게 된 것은 Burford 였다.

Pediwear.co.uk

구매처를 두고 Herringshoes.co.uk와 Pediwear.co.uk에서 잠시 고민 했지만, Barker, Loake 150파운드 이상 구매시 무료 배송 이벤트는 너무 매력 있었다. Herring Shoes가 칼배송으로 유명하지만, 아주 급한 것도 아니고 국제 배송비 면제는 메리트가 크다. 슈트리 혹은 무료 배송이지만, 어째서인지 슈트리 체크해도 신발 자체 배송비는 0이고, 무료 슈트리가 배송비가 10.5 파운드가 붙었다. 나무 슈트리 하나 사려면 2만원 돈이니 슈트리 받는게 낫다고 보였다. EU 외부로의 배송은 VAT가 면제되므로, 신발 자체는 166.67파운드에 무료 슈트리 배송료가 붙어 177.17 파운드가 되었다.

홈페이지에서 주문하는 것은 매우 쉽다. 그저 장바구니 담고, 액수 확인하고, 주소 넣고 PayPal로 결제. 끝이다. 보통 Pediwear.co.uk에서 주문하면 알아서 한-EU FTA 협정문을 인보이스에 적어준다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협정문구를 인보이스에 적어달라고 오랜만에 영작해서 메시지를 남겼다. 이제 기다리면 될 뿐이다.

주문 후

먼저 자동화 된 응답 메일이 온다. 주문 내역과 빌링 어드레스, 그리고

We will confirm this order with a non automated email as soon as possible which will also advise you of the expected delivery date.

라는 다소 특이한 반응이다. 주문을 한 후에 주문을 확인하고 담당자가 다시 메일을 준단다. 한국과는 방식이 많이 다르다. 영국에서 주문하는게 처음이 아니지만 조금 당황했다. 다른 곳도 그랬는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Taylors of Harrogate에서 차(Tea)를 주문한 적이 있고, Zatchel에서 사첼백을 주문한 적이 있는데, 그 때도 이랬었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두 경우 모두 주문 자체를 담당자가 컨펌해서 다시 보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주말이 지나고 영국 시간으로 월요일 오후에 주문이 확인 되었다고 메일이 날아왔다. 슈트리는 바로 준비 되어있는데, 신발이 준비가 아직인 모양이다. 배송 예정일은 14~16일. 평일 기준이다. 그리고 영국 시간 수요일. Manufacturer sending to Pediwear로 상태가 변경되었다.

주문 변경

Pediwear에서 기다리길 2주. Working Days 기준으로는 열흘 정도가 지난 25일. 이메일로 Herring Shoe의 25% 쿠폰이 날아온 것을 발견하였다. 결과적으로, 슈트리가 없지만 총 가격에서 거의 20파운드 가까이 저렴하였다. 연락도 없는 Pediwear를 마냥 기다리기 보다는, 빠르다고 정평이 나있는 Herring Shoe로 옮기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 판단하였다. 다행이도 Pediwear에 이메일로 주문 취소를 요청하니 금방 해주었다. 이메일 말미에 원래 월요일 배송 예정이었다는 좀 찝찝하게 남는 말을 덧붙여 놓은게 괜히 미안하게 느껴졌다.

Herring Shoe에서 주문을 하고, 28일에 DHL로 보내었다. 영국시간으로 2월 28일 저녁에 배송이 시작 되었으니, 한국 시간으로는 이미 3월 1일 새벽. DHL은 명성대로 엄청나게 빨랐다. DHL 영국 허브인 East Midlands 공항에서 DHL 유럽 허브인 라이프치히 공항으로, 거기서 바로 인천공항으로 단 하루만에 도착하였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한국 시간으로 3월 2일 새벽.  아침에 SMS로 통관 안내 메시지가 날아오고, DHL에서 요구한 개인통관 번호와 도로명 주소, 그리고 실명을 E-Mail로 보내면 그쪽에서 모든 처리를 대행해준다. 이번 구매는, 구두가 영국산이고, Herring Shoe에서 원산지 증명을 해주어서 한-EU FTA 협정에 해당된다. FTA 덕에 관세는 면제되고, 부가세만 납부하면 되었다.

도착

드디어 3월 3일. DHL에서 배달이 왔다. 부가세는 19,920원. 현금으로 납부하였다.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구두인 만큼 걱정도 많았다. 박스는 심플하다. 신발 박스 만한 겉 상자 안에 신발 상자가 들어있다. 많이 보던 상자이다. Barker 상자는 4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Baker의 Burford, Black Calf. UK 10.5G 사이즈이다.

구성품

상자 안에는 하나 하나 주머니에 포장 되어있는 신발과 신발 닦는 용도의 천, 슈 혼, 슈 레이스, 그리고 Herring에서 생각지도 않은 슈크림을 번들로 주었다. 신발 색과 같은 검은색의 슈크림. 제조사는 정확히 써있지 않다. 그 밖에도 신발을 담당한 사람의 이름이 적힌 종이 택 하나와 반품 안내 카드가 들어있었다.

신발

만족스럽다. 고민한 만큼 만족스럽다. 발볼도 넓고, 발등도 생각했던것 만큼 높게 나왔다. 여지껏 구두 사면서 발등이 남아본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꽉 신발을 조여도 옥스퍼드인데도 발등이 벌어지지 않는다. 상자를 열어보고 생각했던 것 보다 신발 끝이 꽤 날렵해서 걱정했는데, 겉보기보다 안은 상당히 넓다. 신발 끈이 서로 수평을 잘 이루어준다. 신었을 때도 편안하다. 발의 아치를 제대로 받혀준다. 발이 좀 특이해서 걱정했는데 이 신발이 정답이었다. 기존에 갖고 있던 Barker의 구두는 컨추리 스타일의 구두여서 상당히 무거웠는데, 이 녀석은 그렇게 무겁지는 않다. 물론 홍창 모델 만큼 가볍지는 않지만 갖고 있는 다이나이트 구두 중에선 제일 가볍다.

착화감은 몰라도, 눈으로 보아도 튼튼해보이는 다이나이트 솔. 조금 뻣뻣하지만 믿음이 가는 솔이다. 이거 전창 갈이 하려면 나가는 돈이 꽤 아프다. 신발을 질려서가 아니라 닳아서 버리는 사람으로서 밑창은 무조건 튼튼한 것이 좋다.

전체적으로 흠은 없었다. 신중히 골랐고, 구매 결정하고 보름 지나서야 받은 물건인데도 매우 만족스럽다. 역시 구두는 자기 발에 맞는 것이 최고이다.  확실한 것은 밖에 오래 신고 나가봐야 알겠지만, 아직까지는 매우 만족스럽다. 당분간 검은색 구두는 이 친구로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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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 Reply
    주연
    2017-03-30 at 3:56 오후

    와…. 진짜 정성들여서 리뷰 쓰신거 같아요! 대박…
    힘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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