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Glenmorangie Original 10 yrs

GLENMORANGIE ORIGINAL TEN YEARS OLD

오랜만에 포스팅이다. 최근에 뭔가 쫒기는듯 사는거 같다. 지금 현재 새로 이사한 자취방에 인터넷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관계로 계속 포스팅을 못 하는 중이다. 이것 저것 포스팅거리 모아두기는 했지만, 임시글만 깔짝깔짝 걸어두는 중이다. 남의 인터넷으로 블로그 작성하는 것은 보안상 찜찜하다. 공개된 WiFi를 통한 데이터 통신은 그냥 패킷을 까놓고 다니는 것과 다를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글을 밤 늦게 쓰고 있는 것은 뭔가 허전한 이 기분을 달래기 위함이다. 먼지 묻은 헤드폰에 먼지도 털어주고, 아무도 없는 밤에 홀로 이렇게 기분전환 하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음악은 대충 애플뮤직 추천 플레이리스트에서 골랐다. 레퍼런스급 헤드폰은 이럴 때 제 역할을 해준다. 오늘은 전자음악 기분이 아니다. 귓가에 퍼지는 진짜 악기의 소리가 즐겁다. 이런 울적한 날에 소소하게 오랜만에 위스키 한 잔 따라 놓고 글을 쓰는 것은 좋은 기분 전환이 될 거라 믿어본다.  누군가는 허세라고 하겠지만, 허세인들 어떠냐. 나만 즐거우면 될 일이다. 집에서 혼자 이러고 있는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다.

Single Malt Whiskey

위스키. 모두가 알다시피 증류주이다. 맥아를 발효해서 얻은 술을 다시 증류해서 얻은 원액을 오크통에 넣어서 짧게는 10년 길게는 그 이상 묵혀두는 술이다. 그래서 나무의 냄새가 난다. 피트, 즉 이탄을 많이 사용하는 아일레이 지방의 술들은 특이한 휘발성 냄새가 강하게 나기도 한다. 지금 마시고 있는 이 글렌모랜지의 가장 엔트리 모델인 오리지널 10년은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방에 위치한 증류소에서 나온 싱글몰트 위스키이다. 유명한 발렌타인이나 조니워커 같은 브랜드의 위스키들은 대부분 블렌디드 위스키, 즉 여러 증류소의 위스키를 혼합하여 나온 위스키들이다. 블랜디드가 더 질이 나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좋게 말하면 일정한 품질이 유지되고, 무난하고 밸런스 좋은 맛이 나는 경우가 많다. 나쁘게 말하면 재미가 없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반대로 말하자면, 무난하지는 않다. 대신 개성이 강한 녀석이 많다.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더 좋아한다.

사실 이 글렌모렌지는 그렇게 재미있는 편의 위스키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녀석이기도 하다. 하이랜드 지방 증류소들이 그렇듯이, 밸런스가 좋은 편이다. 쉽게 물리지 않는다. 특색이 강하면 재미는 있는데 그만큼 물리기 좋다. 게다가 이 친구. 저렴하고 구하기 쉽기까지도 한다. 몇 년전, 병당 5만원도 안 하던 시절이 있어서 빛이 바랬지만, 여전히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La Santa 같은 상위 보틀은 10만원이 넘어가지만, 오리지널은 면세점에서 5~6만원이면 구한다. 비슷한 가격대 위스키 중에선 맛이 좋다고 생각한다.

위스키라는게, 묵는다고 무조건 더 맛있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완숙되고 부드러운 맛이 강해지지만, 반대 급부로 특색은 좀 옅어져간다. 즉 10년이라고 마이 없고 싸구려도 아니고, 18년 혹은 30년이라고 더 맛있는건 아니다. 더 희소해지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는거라고 보는게 맞다. 맛이라는게 주관적이고 좋아하는 부분도 사람마다 다르다. 고가의 오래된 위스키보다, 젊고 저렴한 위스키가 더 맛있을 수도 있다. 개성적이고 덜 다듬어진 맛이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라프로익 같은 아일레이 지방의 위스키들은 저렴한 젊은 위스키가 더 특색이 잘 드러나기도 한다. 물론 비싼 오래된 위스키는 접하기 힘든 점도 있지만, 다 각자의 개성인 것이지 거기에 우열은 없다고 생각한다.

Taste

whiskey in wine glass

글랜 캐런 잔이 있었던거 같은데, 다시 보니 없다. 누가 깨먹었는지… 조막만한게 꽤 비싸고 그거 하나 사기도 뭐해서 일단 대용품으로 와인잔에 따랐다. 일단 모아주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체이서로는 우유를 따라두었다. 물보다는 우유가 좋은거 같다. 입에 자극도 덜하고, 위에 자극도 덜해준다. 무엇보다 우유의 단맛과 부드러움이, 의외로 도수 높은 술과 잘 어울린다. 그래서 스트레이트로 마실 때에는 보통 우유를 곁들이고 있다.

음용법

음용법은 여러가지 있지만, 스트레이트나 하이볼을 선호한다. 가볍게 여름에 마시기엔 하이볼, 보통은 스트레이트이다. 온더락은 썩 좋아하지 않는다. 시원하게 마실꺼면 차라리 하이볼을 마시지, 온더락은 도수는 높은데 향은 죽어버리니 즐기지 않는다. 일본식 미즈와리는, 이런 스카치 위스키에는 별로 안 어울리는거 같다. 일본 위스키들 중 몇몇은 미즈와리(水割り)가 나은 맛을 보여줄 때가 있지만, 한 두 방울 수준이 아니라 물을 대폭 섞는 방식은 별로이다. 따뜻한 물을 섞는 오유와리(お湯割り)는 의외로 해보면 재미있을 때가 있다. 서양에서도 시나몬이나 오렌지 같은 과일을 넣어 따뜻하게 마시는 경우가 있다. 럼이나 버번 위스키, 혹은 브랜디가 보통 쓰이는데, 겨울에 생각보다 괜찮다.

맛과 향

병에서 따르자 마자, 위스키 특유의 나무 냄새가 퍼진다. 끝에 알싸한 알코올 냄새가 맴돈다. 순수한 알코올의 냄새와는 다르다. 알싸하지만, 끝에 달콤한 향기가 맴도는, 그런 향이다. 글렌모렌지 오리지널이 좀 단 향이 있는 편이다. 스파이시한, 코를 찌르는 후추와도 같은 냄새 뒤에 은은한 나무향과, 달콤한 향이 맴돈다. 약간의 피트 향이 있는것 같기도 하다. 색은 밝은 편이다. 옅은 호박색 정도. 어찌보면 묽은 라거 맥주 색과도 비슷하다. 밝은 색과 어울리게, 향에서 느껴지는 전체적 인상은 발랄하다는 느낌이다. 어찌 보면 꽃 같기도 한, 그런 느낌이다.

입에 조금 넣어 보면, 먼저 나무의 향이 나고, 뒤를 이어서 쌉싸름한 맛이, 그리고 증류주 특유의 짜릿함이 혀에 남는다. 끝은 제법 강렬하다. 나무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향은 달콤하지만, 맛은 그렇게 단 편이 아니다. 색도 밝은 편이니 아마  카라멜은 넣었다고 해도 많이 넣지 않았을 것 같다. 넘겼을 때 살짝 입에 단 맛이 감도는 정도이다. 입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질감은 부드럽지만, 맛 자체는 꽤 자극적이다. 쌉쌀하고, 쏘는 느낌이 꽤 있다. 하지만 뒤에 은은한 단 맛이 받혀줘서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무겁다라는 느낌은 없다. 굳이 말하자면 가볍다. 피니쉬는 꽤 길다. 꽤 길게 묵직한 느낌이 남는다. 밝고 화려한 향과는 딴판이다.

총평

역시 어느 메이커든 오리지널이나 기본 모델이 별로인 경우는 없다. 글렌모렌지도 그렇다. 라 산타를 좋아하긴 하지만, 보틀로 두고 마시기엔 오리지널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가장 기본 모델이니 만큼 딱히 흠 잡을 부분은 없다. 취향에 맞으니까 두 병 째 사 마시고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 이 친구가 위스키에 있어 표준이다. 내가 밝고 화사한, 그런 맛을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만 생각해보면 술이고 커피고 음식이고 보통 가볍고 산뜻한 쪽을 즐겨 구매한다. 무의식적으로 고르는거지만, 사람 취향이라는게 본인도 모르게 베어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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