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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당 신촌점

미분당 (未粉堂; Mifen Dang) 신촌점

Mifen

정말 오랜만에 베트남식 쌀국수를 밖에서 먹어 본다. 마지막으로 밖에서 사먹은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5년은 된거 같다. 태국식 팟타이 등은 년에 한 번은 사먹은 것 같은데, 이렇게 국물이 있는 쌀국수는 오랜만에 사먹는다. 우연찮게 동기들과 심포지움에 갔다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한 친구가 여기 미분당의 쌀국수를 인생 최고의 쌀국수라 칭찬하기에 동행하게 되었다. 포메인 같은 곳의 쌀국수는 사먹으면 돈이 아까운 생각이 먼저 들어서 잘 사먹지 않았다. 워낙 동남아에서 수입되는 완제품 인스턴트들이 질이 좋기도 하고, 무엇보다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고명이야 맘대로 얹으면 되는 것이고, 그래서 집에서 해먹으면 해먹지 밖에서 외식 메뉴로 잘 고려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워낙 맛이 있다 하기에 마침 저녁 시간이기도 하고 별 망설임 없이 가기로 하였다.
Mifen
미분당. 베트남식 쌀국수 집 이름 치고는 특이하다. 한자로 미분당으로 쓰는데, 여기서 미분(未粉)은 중국어로 mifen 으로 읽는데, 이런 얇은 쌀국수를 말하는 것이다. 사실 이 상호를 주인이 어떻게 읽어주길 바라는지가 궁금하기는 한데, 일단 한자 독음대로 미분당이라 하겠다. 보통은 줄 선다고 같이 간 동기가 말해주었다. 오늘은 운이 좋은건지, 너무 더워서 다들 뜨거운걸 먹고 싶어하지 않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다. 가게 입구에서 인상적인 것은, 주문을 밖에서 기계로 받는다는 점이다. 일본 라멘집에 식권 판매기가 있는 경우는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가끔 보인다. 그런데 아예 기계가 밖에 나와있는 가계는 또 처음이다. 밖에서 두리번 거리고 있으면 직원이 나와서 식권을 받아간다. 자리가 비어 있더라도 바로 안내 해주지는 않고 세팅을 끝나고 들어오라 안내한다. 그래도 일본보다 좋은 점은 기계가 카드 잘 받는다는 것이다. 일단 양지 차돌 힘줄 쌀국수와 하노이 맥주를 시켰다. 베트남 맥주는 마셔본 적이 없어서 고민을 조금 했는데, 그래도 수도 이름 들어간게 제일 안전하지 않을까 싶어서 시켜 보았다.

내부

가게 안의 분위기가 특이하다. 일본 라멘집이나 스시집이 폐업하고 나간 자리에 개업한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부만 보고 있자면 어떻게 보아도 일식집이다. 오픈 된 주방 둘레에 있는 바 형식의 테이블은 라멘집이 생각난다. 나오는 방식이나 주문 방식 조차 라멘집이다. 기본적으로 마주 앉는 자리는 없고 전부 흔히 말하는 다찌(立ち) 형식이다. 내가 좋아하는 키다리 의자가 마음에 든다. 주변 사람에게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대화해 달라고 하는 주인의 요청이 테이블마다 프린트 되어있다. 일본 모 유명 라멘집은 아예 말 하는 것 조차 못 하게 한다는데, 그거에 비하면 유하다 할 수 있다. 사진 찍는 것 또한 별도로 제지는 없다.
Mifen Table
처음 들어가면 가지런히 양파 초절임과 단무지 그릇이 놓여있다. 수저는 아래 서랍에서 꺼내면 되고, 소스류는 머리 위 선반에, 그리고 티슈는 공중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고무줄로 고정해 놓았던데, 뽑아 쓰기 편하면서 공간을 줄이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소스류는 맛을 보건데 스리라챠 소스와 해선장이 놓여있는 것 같았다. 붉은 소스가 하나 더 있던데, 먹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전면에 코팅지로 먹는 방법을 설명해 놓았다. 따로 덜어서 작은 볼에 넣고, 거기에 취향 껏 소스 넣어서 먹으라는 것 같았다. 메뉴판이 같이 있는데, 밖에서 주문을 끝난 뒤에 들어오는데 굳이 왜 놓여있는지 궁금했다.
Mifen Menu
가격대는 나쁘지 않다. 토핑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사리가 무료인 점이 마음에 든다. 특이한 점은 면을 생면을 쓴다는 점인데, 이 또한 마음에 들었다.

음식

Hanoi Beer
먼저 맥주가 나왔다. 베트남 맥주는 처음이다. 한 모금 마셔보니, 전형적인 동남아 맥주이다. 내 입에는 좀 닝닝하다. 그렇지만 오늘 같이 더운 날에는 이런 맥주도 좋다. 괜히 동남아산 맥주들이 다 물기가 많은 것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안에서 면을 계속 삶고 육수 끓이고 있기 때문에 더욱 절실했다. 7천원이 좀 비싼감이 있긴 한데, 마실만은 하다.
Mifen
메인이 나왔다. 생각보다 그릇이 크다. 숙주와 파, 고추가 올라가 있고, 고기가 생각 이상으로 많다. 한 두 점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실하다. 고기를 먼저 먹어본다. 양지에서 진한 쇠고기 맛이 느껴진다. 잡내는 없다. 부드러우면서 진한 맛이 난다. 생각 이상의 맛이라 놀랐다. 차돌도 기름기가 적당하면서 부드럽고 맛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힘줄인데, 힘줄이 잘 삶아져서 탱글탱글 딱딱하지 않다. 그러면서 잡내 하나 없고,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크기도 큼직하고, 양도 많다. 토핑이 이렇게 실한 쌀국수 집은 처음이었다.
고수를 달라해서 한 움쿰 넣어서 먹었다. 생면이라던 국수의 식감이 참 좋다. 이 집은 별 소스 없이 그냥 먹는 것이 가장 맛있는거 같다. 국물이 너무 짜지 않으면서 쇠고기 국물 맛이 훌륭하다. 향신료는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 대중적인 맛이다. 좀 자극적인 맛을 원하면 고수를 듬뿍 넣어 먹으면 괜찮다. 기본기가 좋아서 어떻게 먹어도 괜찮지만 국물이 워낙 깔끔하고 맛있어서 그냥 먹는게 제일 좋았다. 순식간에 다 먹고 국물 떠먹고 있었더니 직원분이 사리 더 드리냐고 물어왔다. 조금 더 드리냐고 해서 그러시라 했더니 왠걸 한 그릇 분량을 준다. 국물도 더 주셨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당황했지만 결국 다 먹었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쌀국수 한 그릇이었다.

미분당 신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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